별의 연주시차 측정, 인류는 별까지의 거리를 어떻게 알아냈을까

별의 연주시차 측정, 인류는 별까지의 거리를 어떻게 알아냈을까

천왕성과 해왕성이 발견되면서 인류가 알고 있던 태양계의 범위는 크게 넓어졌다. 그러나 19세기 초까지도 별이 지구에서 정확히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는 알기 어려웠다. 별이 태양보다 훨씬 먼 곳에 있다는 사실은 짐작할 수 있었지만, 그 거리를 실제 숫자로 나타내지는 못했던 것이다.

별까지의 거리를 알아내려면 줄자를 사용할 수도, 탐사선을 보내 직접 확인할 수도 없다. 천문학자들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는 사실을 이용해 거리를 측정했다. 지구가 공전 궤도의 서로 다른 위치로 이동하면 가까운 별이 멀리 있는 배경 별에 대해 조금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를 연주시차라고 한다.

1838년 프리드리히 베셀이 백조자리 61번 별의 연주시차를 측정하는 데 성공하면서 별까지의 거리가 처음으로 신뢰할 만한 수치로 계산되었다. 이 사건은 지구의 공전을 관측으로 확인한 성과인 동시에, 태양계 밖 우주의 크기를 직접 측정하기 시작한 출발점이었다.

연주시차는 어떤 현상일까

시차는 관찰자의 위치가 달라질 때 가까운 물체가 먼 배경에 대해 위치를 바꾸어 보이는 현상이다. 특별한 장비가 없어도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다.

한쪽 눈을 감고 손가락을 얼굴 앞에 세운 뒤, 이번에는 반대쪽 눈으로 보면 손가락이 뒤쪽 배경에 대해 옆으로 이동한 것처럼 보인다. 손가락이 실제로 움직인 것은 아니다. 두 눈의 위치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바라보는 방향이 달라진 것이다.

손가락을 얼굴 가까이에 둘수록 위치 변화가 크게 보이고, 멀리 보낼수록 변화는 작아진다. 이 원리를 반대로 사용하면 보이는 위치 변화의 크기를 이용해 물체까지의 거리를 계산할 수 있다.

천문학에서는 사람의 두 눈 대신 지구 공전 궤도의 서로 반대편 위치를 이용한다. 지구는 태양 주위를 돌기 때문에 약 6개월 간격으로 관측 지점이 크게 달라진다. 가까운 별을 6개월 간격으로 촬영하면 매우 먼 배경 별에 대해 위치가 조금 달라진 것처럼 나타난다.

이때 지구와 태양 사이의 평균 거리, 그리고 별이 움직여 보이는 각도를 알면 삼각법을 이용해 별까지의 거리를 구할 수 있다. 지구 공전 궤도의 크기가 거대한 측량 기준선 역할을 하는 셈이다.

별이 가까울수록 연주시차는 크게 나타나고, 멀리 있을수록 작게 나타난다. 하지만 가까운 별조차 위치 변화가 극히 미세하기 때문에 맨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다.

연주시차는 왜 오랫동안 측정되지 못했을까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생각은 고대 아리스타르코스 시대부터 제안되었다. 코페르니쿠스 역시 16세기에 지동설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지구의 공전을 직접 보여 줄 연주시차가 관측되지 않았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이동한다면 별의 위치가 계절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그런데 아무리 관찰해도 별들은 거의 같은 자리를 유지했다. 이 점은 오랫동안 지동설에 대한 강한 반론으로 사용되었다.

지동설을 지지하는 천문학자들은 별이 너무 멀리 있기 때문에 연주시차가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논리적으로는 가능한 해석이었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별들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멀리 있다는 가정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망원경이 등장한 뒤에도 문제는 곧바로 해결되지 않았다. 연주시차는 단순히 별을 크게 본다고 측정할 수 있는 현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망원경이 흔들리거나 온도가 변해 기구가 조금만 틀어져도 측정값에 영향을 줄 수 있었다. 지구 대기의 흔들림과 렌즈의 결함, 기준 별의 위치 오차도 해결해야 했다.

별 자체의 밝기도 거리를 판단하는 확실한 기준이 아니었다. 밝게 보이는 별이 반드시 가까운 것은 아니다. 매우 밝은 별이 멀리 있을 수도 있고, 원래 어두운 별이 비교적 가까이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천문학자들은 밝기보다 별의 고유운동에 주목했다. 고유운동은 별이 오랜 시간에 걸쳐 하늘에서 실제 위치를 바꾸어 보이는 현상이다. 빠른 고유운동을 가진 별은 비교적 가까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었다.

베셀은 백조자리 61번 별의 거리를 어떻게 측정했을까

독일의 천문학자 프리드리히 빌헬름 베셀은 백조자리에 있는 ‘백조자리 61번 별’을 관측 대상으로 선택했다. 이 별은 하늘에서 비교적 빠른 고유운동을 보였기 때문에 지구와 가까울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졌다.

베셀은 프라운호퍼가 제작한 정밀한 헬리오미터를 사용했다. 헬리오미터는 원래 태양의 겉보기 지름 등을 측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비였지만, 서로 가까이 보이는 별 사이의 미세한 각도 차이를 측정하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었다.

그는 백조자리 61번 별과 주변의 배경 별 사이 거리를 여러 계절에 걸쳐 반복해서 측정했다. 한두 번의 관측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지구가 공전하면서 나타나는 주기적인 위치 변화를 확인했다.

1838년 베셀은 백조자리 61번 별의 연주시차 측정 결과를 발표했다. 그의 수치는 현대 측정값과 완전히 같지는 않았지만, 당시 기준으로 신뢰할 만한 최초의 항성 연주시차 측정으로 평가된다.

비슷한 시기 다른 천문학자들도 연주시차 측정에 도전했다. 프리드리히 게오르크 빌헬름 폰 슈트루베는 직녀성으로 알려진 베가를 관측했고, 토머스 헨더슨은 남반구에서 알파 센타우리의 자료를 수집했다.

헨더슨은 알파 센타우리의 관측 자료를 베셀보다 먼저 얻었지만 결과 발표는 늦었다. 베셀이 먼저 체계적인 측정 결과를 발표하면서 최초의 신뢰할 만한 항성 연주시차 측정자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 시기의 여러 측정은 별이 단순히 천구 표면에 붙어 있는 빛나는 점이 아니라, 서로 다른 거리에 놓인 태양과 비슷한 천체라는 사실을 구체적인 숫자로 보여 주었다.

파섹은 연주시차에서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별의 연주시차를 표현할 때는 각도가 사용된다. 원 한 바퀴는 360도이고, 1도는 60분각, 1분각은 다시 60초각으로 나뉜다.

항성의 연주시차는 보통 1초각보다도 작다. 1초각은 1도의 3,600분의 1에 해당하는 매우 작은 각도다.

연주시차가 정확히 1초각인 별까지의 거리를 1파섹이라고 한다. 파섹은 ‘시차’를 뜻하는 영어 표현과 ‘1초각’을 결합해 만든 천문학 거리 단위다.

1파섹은 약 3.26광년에 해당한다. 광년은 빛이 진공에서 1년 동안 이동하는 거리다. 따라서 10파섹 떨어진 별의 빛은 지구까지 오는 데 약 32.6년이 걸린다.

연주시차와 거리의 관계는 비교적 단순하다.

거리(파섹) = 1 ÷ 연주시차(초각)

예를 들어 어떤 별의 연주시차가 0.5초각이면 거리는 2파섹이다. 연주시차가 0.1초각이면 거리는 10파섹이 된다.

각도가 작아질수록 별까지의 거리는 빠르게 증가한다. 먼 별일수록 연주시차를 측정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측정해야 할 위치 변화가 장비의 오차보다 작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파섹은 현재도 전문 천문학에서 널리 사용된다. 가까운 별은 파섹 단위로, 은하 사이의 거리는 수백만 파섹을 뜻하는 메가파섹 단위로 표현하기도 한다.

별까지의 거리 측정은 우주관을 어떻게 바꾸었을까

연주시차 측정은 오랫동안 지동설에 제기되었던 질문에 직접적인 답을 제공했다. 별의 위치가 계절에 따라 변한다는 사실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는 설명과 일치했다.

별의 거리가 실제로 측정되자 우주의 규모도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태양계에서 가장 먼 행성보다 가까운 별까지의 거리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멀었다.

태양에서 해왕성까지 빛이 이동하는 데에는 약 네 시간이 걸리지만,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계인 알파 센타우리까지는 4년 이상이 필요하다. 행성 사이의 공간과 별 사이의 공간은 규모 자체가 다르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연주시차는 다른 천문 거리 측정법의 기준도 되었다. 별의 실제 거리를 알면 겉보기 밝기와 본래 밝기의 관계를 계산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해 연주시차로 직접 측정하기 어려운 더 먼 별과 성단의 거리도 추정할 수 있다.

이처럼 가까운 천체의 거리를 정확히 측정하고, 그 결과를 이용해 더 먼 천체의 거리를 알아내는 방법을 ‘우주 거리 사다리’라고 부른다. 연주시차는 이 거리 사다리의 가장 아래쪽에 놓인 중요한 단계다.

현대에는 지상 망원경뿐 아니라 우주 관측 위성을 이용해 수많은 별의 위치와 연주시차를 측정한다. 지구 대기의 흔들림을 피할 수 있고, 같은 별을 장기간 반복 관측할 수 있어 과거보다 훨씬 정밀한 별 지도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기본 원리는 19세기와 같다. 서로 다른 위치에서 같은 천체를 바라보고, 배경에 대한 미세한 위치 차이를 이용해 거리를 계산하는 것이다.

작은 각도가 우주의 크기를 보여 주다

항성 연주시차의 측정은 화려한 천체를 새로 발견한 사건과는 성격이 다르다. 밤하늘에 없던 별이 갑자기 나타난 것도 아니고, 새로운 행성이 추가된 것도 아니었다.

천문학자들이 확인한 것은 별의 극히 작은 위치 변화였다. 눈으로는 알아차릴 수 없는 미세한 각도를 오랜 기간 반복해서 측정한 결과, 인류는 처음으로 별까지의 거리를 계산할 수 있었다.

베셀의 측정은 별들이 태양계 바로 바깥에 놓인 장식물이 아니라, 광대한 공간에 서로 다른 거리로 흩어져 있는 천체라는 사실을 보여 주었다. 지구의 공전도 이론에 머무르지 않고 관측 가능한 현상으로 확인되었다.

연주시차는 오늘날에도 별과 은하의 거리를 이해하는 출발점이다. 우주의 크기를 알아내는 과정은 가장 먼 곳을 바로 측정하는 데서 시작되지 않았다. 먼저 가까운 별의 작은 흔들림을 정확히 읽는 일에서 시작되었다.

다음 글에서는 별빛을 여러 색으로 나누는 분광학이 등장하면서, 천문학자들이 별의 온도와 성분, 움직임을 알아내게 된 과정을 살펴본다.

FAQ

연주시차는 별이 실제로 움직이는 현상인가요?

연주시차는 별 자체의 이동이 아니라 지구의 관측 위치가 달라져 생기는 겉보기 위치 변화다. 약 6개월 간격으로 지구가 공전 궤도의 반대편에 놓이면 가까운 별이 먼 배경 별에 대해 조금 이동한 것처럼 보인다.

일반 망원경으로 별의 연주시차를 관찰할 수 있나요?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는 매우 어렵다. 가까운 별의 연주시차도 극히 작기 때문에 정밀한 관측 장비와 반복 촬영, 정확한 위치 분석이 필요하다. 일반 관측자는 두 눈과 손가락을 이용한 실험으로 시차의 원리를 체험할 수 있다.

광년과 파섹은 어떻게 다른가요?

둘 다 거리를 나타내는 단위다. 광년은 빛이 1년 동안 이동하는 거리이고, 파섹은 연주시차가 1초각이 되는 거리를 기준으로 한다. 1파섹은 약 3.26광년이다.

참고 자료

  • Friedrich Wilhelm Bessel, 백조자리 61번 별의 연주시차 측정 연구

  • John North, 《The Norton History of Astronomy and Cosmology》

  • Michael Hoskin, 《The Cambridge Concise History of Astronomy》

  • Encyclopaedia Britannica, “Stellar Parallax” 및 “Friedrich Wilhelm Bess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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