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츠스프룽·러셀도, 별의 일생을 한 장의 그림으로 읽는 방법
밤하늘의 별은 대부분 비슷한 크기의 빛나는 점으로 보인다. 자세히 관찰하면 색과 밝기가 조금씩 다르지만, 별이 얼마나 크고 뜨거운지 또는 어떤 단계에 있는지를 눈으로만 판단하기는 어렵다.
19세기 분광학의 발전은 별을 단순한 빛의 점에서 물리적인 연구 대상으로 바꾸었다. 천문학자들은 별빛의 스펙트럼을 분석해 표면 온도와 화학적 특징을 구분했고, 연주시차를 이용해 가까운 별까지의 거리도 측정했다. 별의 실제 밝기와 온도를 함께 비교할 수 있는 자료가 마련된 것이다.
20세기 초 에이나르 헤르츠스프룽과 헨리 노리스 러셀은 이러한 정보를 그래프로 정리했다. 오늘날 헤르츠스프룽·러셀도, 줄여서 H-R도라고 부르는 그림이다. 이 도표를 통해 별들이 무작위로 흩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몇 개의 뚜렷한 무리를 이룬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H-R도는 별의 현재 상태를 분류하는 도구인 동시에 별이 태어나고 늙어 가는 과정을 이해하는 지도이기도 하다.
별의 겉보기 밝기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것
밤하늘에서 가장 밝게 보이는 별이 실제로도 가장 많은 빛을 내는 것은 아니다. 지구와 가까워서 밝게 보일 수도 있고, 본래 매우 밝지만 멀리 떨어져 있어 어둡게 보일 수도 있다.
가로등을 가까이에서 보면 밝지만 멀어질수록 희미하게 보이는 것과 같은 원리다. 별의 물리적 성질을 비교하려면 거리의 영향을 제외해야 한다.
천문학에서는 지구에서 보이는 밝기를 겉보기등급으로 표현한다. 별이 실제로 얼마나 밝은지 비교할 때는 모든 별이 같은 거리에 있다고 가정한 절대등급이나, 별이 단위 시간 동안 방출하는 전체 에너지를 뜻하는 광도를 사용한다.
별까지의 거리를 알아야 겉보기 밝기에서 실제 밝기를 계산할 수 있다. 19세기에 연주시차 측정이 가능해지면서 가까운 별들의 거리가 알려졌고, 천문학자들은 별의 실제 밝기를 서로 비교하기 시작했다.
색과 스펙트럼도 중요한 정보였다. 푸른빛을 띠는 별은 일반적으로 표면 온도가 높고, 붉은빛을 띠는 별은 상대적으로 낮다. 별의 스펙트럼에 나타나는 흡수선의 특징을 분석하면 온도를 더 정확하게 분류할 수 있다.
이처럼 별의 실제 밝기와 표면 온도를 함께 놓고 비교하자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규칙이 나타났다.
헤르츠스프룽과 러셀은 무엇을 발견했을까
덴마크의 천문학자 에이나르 헤르츠스프룽은 20세기 초 별의 색과 밝기를 비교했다. 그는 비슷한 분광형을 가진 별 가운데 실제 밝기가 크게 다른 경우가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붉은색 계열의 별 중에는 어둡고 작은 별도 있었지만, 매우 밝은 별도 있었다. 표면 온도가 비슷한데도 밝기가 크게 다르다면 크기에서 차이가 나야 한다. 온도가 낮아도 표면적이 매우 넓으면 많은 빛을 방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천문학자 헨리 노리스 러셀도 별의 분광형과 절대등급 사이의 관계를 연구했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연구했지만, 별의 온도와 밝기를 그래프로 정리했을 때 비슷한 분포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도표의 세로축에는 별의 광도나 절대등급이 표시된다. 일반적으로 위쪽으로 갈수록 밝은 별이고 아래쪽으로 갈수록 어두운 별이다.
가로축에는 표면 온도나 분광형이 놓인다. 흔히 왼쪽에는 뜨겁고 푸른 별, 오른쪽에는 차갑고 붉은 별이 배치된다. 일반적인 수학 그래프와 달리 온도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낮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처음 볼 때는 방향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별들을 이 그래프에 표시하면 아무 곳에나 흩어지지 않는다. 대부분은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이어지는 대각선 띠에 모이고, 일부는 오른쪽 위나 왼쪽 아래에 별도의 무리를 만든다.
주계열에는 왜 많은 별이 모여 있을까
H-R도에서 가장 많은 별이 모이는 대각선 영역을 주계열이라고 한다. 뜨겁고 밝은 별은 왼쪽 위에, 차갑고 어두운 별은 오른쪽 아래에 놓인다.
태양도 주계열에 속한다. 분광형은 G형이며, 표면 온도는 약 5,800켈빈이다. 우주 전체에서 특별히 밝거나 어두운 별이라기보다 비교적 평범한 주계열성에 해당한다.
주계열성의 중심에서는 수소가 헬륨으로 바뀌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에너지가 별을 밝게 빛나게 한다.
별의 내부에서는 서로 반대되는 두 효과가 균형을 이룬다. 별의 질량은 중력으로 물질을 중심부에 모으려 하고, 핵융합으로 발생한 에너지와 압력은 바깥쪽으로 퍼지려 한다. 두 힘이 균형을 이룬 상태에서 별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빛난다.
별은 일생 대부분을 주계열 단계에서 보낸다. 그래서 특정 시점에 많은 별을 관찰하면 주계열에 속한 별이 가장 많이 보인다.
주계열 안에서 별의 위치는 질량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질량이 큰 별은 중심부의 온도와 압력이 높아 핵융합 반응이 빠르게 진행된다. 그 결과 밝고 뜨겁게 빛나지만 연료를 빠르게 소비한다.
질량이 작은 별은 상대적으로 어둡고 차갑지만 수소를 천천히 사용한다. 밝은 별이 반드시 오래 사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무거운 별일수록 연료 소비가 빨라 수명이 짧다.
이를 일상적인 불에 비유하면, 큰 불꽃은 훨씬 밝지만 연료도 빠르게 소모한다. 작은 불꽃은 어둡지만 같은 양의 연료를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다.
거성과 초거성은 왜 밝을까
H-R도의 오른쪽 위에는 표면 온도가 비교적 낮으면서도 밝은 별들이 놓인다. 이들을 거성이나 초거성이라고 한다.
붉은색 별은 일반적으로 표면 온도가 낮다. 그런데도 전체 밝기가 매우 크다면 별의 표면적이 넓다는 뜻이다. 거성은 이름처럼 반지름이 매우 커서 표면의 각 부분이 비교적 낮은 온도여도 전체적으로 많은 빛을 방출한다.
별이 중심부의 수소를 대부분 사용하면 내부 구조가 변하기 시작한다. 중심부는 중력에 의해 수축하고 온도가 상승하며, 중심 주변의 껍질 부분에서 수소 핵융합이 이어질 수 있다.
바깥층은 크게 부풀어 오르고 표면 온도는 낮아진다. 별은 H-R도에서 주계열을 벗어나 오른쪽 위의 적색거성 영역으로 이동한다.
태양도 현재는 주계열성이지만 영원히 같은 모습으로 남지는 않는다. 중심부의 수소가 고갈된 뒤에는 적색거성 단계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는 약 50억 년 뒤의 일로, 인간이 생활 속에서 걱정해야 할 시간 규모는 아니다.
질량이 매우 큰 별은 초거성 단계로 발전할 수 있다. 초거성은 반지름과 광도가 매우 크며, 내부에서 더 무거운 원소를 만드는 여러 단계의 핵융합이 진행되기도 한다.
H-R도에서 거성과 초거성의 위치를 살펴보면 별의 밝기가 온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밝기는 표면 온도뿐 아니라 별의 크기와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백색왜성은 뜨거운데 왜 어두울까
H-R도의 왼쪽 아래에는 표면 온도가 높은데도 어두운 별들이 있다. 이들은 백색왜성이라고 불린다.
표면이 뜨거운데 전체 밝기가 낮다는 것은 별의 크기가 매우 작다는 뜻이다. 백색왜성은 태양과 비슷한 정도의 질량이 지구 크기에 가까운 작은 부피에 압축된 천체다.
태양 정도의 질량을 가진 별은 적색거성 단계를 거친 뒤 바깥층을 우주 공간으로 방출한다. 남은 중심부가 백색왜성이 된다.
백색왜성에서는 일반적인 별처럼 지속적인 수소 핵융합이 일어나지 않는다. 처음에는 매우 뜨겁지만 새로운 에너지를 충분히 만들지 못하므로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식는다.
백색왜성은 지구의 물질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밀도가 높다. 작은 크기 안에 많은 질량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H-R도에서 백색왜성이 주계열과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는 사실은 별의 표면 온도와 크기를 함께 고려해야 함을 보여 준다. 뜨겁다는 이유만으로 반드시 밝은 것은 아니며, 차갑다는 이유만으로 반드시 어두운 것도 아니다.
H-R도는 별의 일생을 어떻게 보여 줄까
처음 만들어진 H-R도는 별의 밝기와 분광형 사이의 관계를 정리한 분류 도구였다. 헤르츠스프룽과 러셀이 처음부터 현대적인 별의 진화 과정을 모두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후 핵물리학과 별 내부 구조에 관한 연구가 발전하면서 도표 위의 위치가 별의 생애 단계와 연결되었다.
별은 차갑고 밀도가 높은 성간 구름에서 태어난다. 가스와 먼지가 중력으로 모이면 중심부의 온도와 압력이 올라간다. 핵융합이 안정적으로 시작되면 별은 주계열에 들어간다.
주계열에서 머무는 시간은 별의 질량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질량이 작은 적색왜성은 매우 오랫동안 천천히 수소를 사용한다. 태양과 비슷한 별은 수십억 년 동안 주계열에 머문다. 질량이 큰 별은 수백만 년 정도의 비교적 짧은 시간에 연료를 소비할 수 있다.
중심부의 수소가 부족해지면 별은 주계열을 벗어난다. 이후의 과정도 질량에 따라 달라진다.
태양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가벼운 별은 적색거성 단계를 거쳐 바깥층을 내보내고 백색왜성을 남긴다. 방출된 기체는 행성상성운이라는 빛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이름에 행성이 들어가지만 실제 행성과는 관련이 없다.
질량이 훨씬 큰 별은 내부에서 더 무거운 원소를 만들며 초거성으로 변화한다. 마지막에는 중심부가 붕괴하면서 초신성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
폭발 뒤에는 중성자별이나 블랙홀이 남을 수 있다. 정확한 결과는 별의 초기 질량과 질량 손실, 내부 회전 등 여러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모든 별이 H-R도에서 동일한 경로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별의 질량이 생애의 길이와 진화 방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조건 가운데 하나다.
성단을 관찰하면 별의 나이를 알 수 있다
H-R도는 별 하나의 성질을 분류하는 데만 사용되지 않는다. 성단에 속한 별들을 함께 표시하면 성단의 나이도 추정할 수 있다.
성단은 비슷한 시기에 같은 가스 구름에서 태어난 별들의 무리다. 구성 별들은 대체로 비슷한 거리와 나이를 가지지만 질량은 서로 다르다.
젊은 성단에서는 질량이 큰 뜨겁고 밝은 별도 여전히 주계열에 남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무거운 별부터 연료를 소모하고 주계열을 벗어난다.
H-R도에서 별들이 주계열을 떠나기 시작하는 지점을 주계열 전향점이라고 한다. 전향점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분석하면 성단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추정할 수 있다.
전향점에 뜨겁고 무거운 별이 남아 있다면 비교적 젊은 성단이다. 그런 별들이 이미 사라지고 태양과 비슷하거나 더 작은 별만 주계열에 남았다면 오래된 성단일 가능성이 크다.
이 방법은 지질학적 암석을 직접 조사할 수 없는 별들의 나이를 측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천문학자는 여러 질량의 별이 진화하는 속도를 계산하고 실제 성단의 분포와 비교한다.
밤하늘에서 성단은 하나의 작은 빛무리처럼 보이지만, 각 별의 색과 밝기를 분리해 H-R도에 표시하면 그 집단이 지나온 시간을 읽을 수 있다.
한 장의 도표가 별을 보는 방식을 바꾸다
H-R도의 장점은 복잡한 별의 정보를 한 장의 그림에 정리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별의 온도와 밝기를 표시하는 것만으로 주계열성, 거성, 초거성, 백색왜성 같은 서로 다른 천체가 구분된다.
도표에서 별의 위치를 확인하면 크기와 생애 단계도 어느 정도 추정할 수 있다. 같은 온도인데 더 밝다면 크기가 큰 별일 가능성이 높고, 뜨겁지만 어둡다면 크기가 작은 백색왜성일 수 있다.
다만 H-R도 위에서 별이 실제로 선을 따라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 직접 보이는 것은 아니다. 별의 진화에는 수백만 년에서 수십억 년이 걸리므로 사람의 생애 동안 변화를 관찰하기 어렵다.
천문학자는 서로 다른 나이와 질량을 가진 수많은 별을 한꺼번에 비교한다. 숲에서 어린나무와 다 자란 나무, 늙은 나무를 함께 보고 나무의 성장 과정을 추정하는 것과 비슷하다.
헤르츠스프룽과 러셀은 별의 자료를 그래프로 배치해 숨겨진 규칙을 드러냈다. 이후 핵융합과 별 내부 구조 연구가 더해지면서 H-R도는 별의 일생을 이해하는 핵심 도구가 되었다.
별은 태어날 때의 질량에 따라 밝기와 수명, 마지막 모습이 달라진다. 태양과 같은 별은 적색거성을 거쳐 백색왜성이 되고, 훨씬 무거운 별은 초신성 폭발 뒤 중성자별이나 블랙홀을 남길 수 있다.
밤하늘의 별들은 같은 시기에 태어나 같은 단계에 머무는 천체가 아니다. 어떤 별은 이제 막 주계열에 들어섰고, 어떤 별은 수소 연료를 소모해 거성으로 부풀었으며, 어떤 별은 이미 핵융합을 마친 백색왜성으로 남아 있다.
H-R도는 이처럼 서로 다른 별의 상태를 하나의 질서 안에서 보여 준다. 다음 글에서는 은하수가 우주의 전부인지, 아니면 수많은 은하 가운데 하나인지를 두고 벌어진 20세기 초의 논쟁과 에드윈 허블의 관측을 살펴본다.
FAQ
H-R도의 가로축과 세로축에는 무엇이 표시되나요?
가로축에는 별의 표면 온도나 분광형이 표시되고, 세로축에는 광도 또는 절대등급이 표시된다. 일반적으로 왼쪽에는 뜨거운 별, 오른쪽에는 차가운 별이 놓이며 위쪽으로 갈수록 밝다.
태양은 H-R도에서 어디에 있나요?
태양은 주계열의 중간 정도에 위치한 G형 별이다. 매우 뜨겁고 밝은 별도 아니며, 가장 차갑고 어두운 별도 아니다. 현재 중심부에서 수소를 헬륨으로 바꾸는 핵융합이 진행되고 있다.
붉은 별은 모두 늙은 별인가요?
아니다. 적색거성은 진화가 진행된 별이지만, 적색왜성은 질량이 작아 태어날 때부터 차갑고 어두운 주계열성이다. 색만으로 별의 나이를 판단할 수 없으며 밝기와 스펙트럼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별의 수명은 무엇이 결정하나요?
초기 질량이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질량이 큰 별은 연료가 많지만 핵융합 속도가 훨씬 빨라 수명이 짧다. 질량이 작은 별은 어둡게 빛나는 대신 연료를 천천히 사용해 오래 살 수 있다.
참고 자료
Henry Norris Russell, 항성 분광형과 절대등급의 관계에 관한 연구
Ejnar Hertzsprung, 항성의 색과 광도 분류 연구
Cecilia Payne-Gaposchkin, 《Stellar Atmospheres》
George W. Collins II, 《The Fundamentals of Stellar Astrophysics》
Encyclopaedia Britannica, “Hertzsprung-Russell Diagram” 및 “Stellar 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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